와이즐리가 출시된지 얼마 안됐을 때 면도기와 면도날로 구성된 스타터 세트를 구매해서 이용해본적이 있다. 면도날을 주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브스크립션 모델인데 나가면 편의점이 종류별로 펼쳐진 한국에서 서브스크립션 모델이 큰 효용이 있을지 갸우뚱 하긴 했다. 그래도 주기적인 배송모델보다 쉐이빙 제품 그 자체의 개선에 집중한다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다. 개인적으로 면도날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아 쓰고 있지만 쉐이빙 폼, 쉐이빙 크림은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 방황하는 중인 상태라 와이즐리에서 쉐이빙 크림을 출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페이스북에 면도젤 출시됐다는 광고가 피드에 떠서 구매했다. 페이스북 광고가 가격대비 효과가 좋다는데 사실인거 같기도.. 


지난번에 면도날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후기들을 보면 만족스러워 하는 리뷰가 꽤 많은 것 같다. 아마 수염의 양이 많지 않고 두껍지 않은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혹시 달라진게 있을까 싶어서 면도날도 같이 주문해봤다. 면도날은 역시 나에게는 안정감이 떨어졌다. 쉬크 면도날이 조금 더 비싸지만 이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와이즐리 면도날은 자칫하면 베일것 같은 느낌이 들고 피부에 자극도 더 있는 편이다. 물론 일정 기간마다 자동으로 배송이주기 때문에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할만한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반면 쉐이빙젤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질레트 같은 곳에서 나오는 쉐이빙 폼은 거품이 풍성하고 조밀해 면도에 도움을 준다는 느낌은 받았으나 향도 너무 강하고 피부에도 자극적이었다. 성분까지 살펴보진 않았지만 피부에 자극이 느껴져서 쓰다 말았다. 그러다 아이허브 같은 곳에서 좀 순해보이는 쉐이빙 크림을 구매 해봤는데 확실히 순하긴 했지만 거품이 잘 안나고 수염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없어 효과에 대한 확신이 안들었다. 뭐 이런 식으로 방황하다가 중간 정도의 특성을 보이는 눅스 쉐이빙 크림을 사서 쓰고 있었는데 가끔씩 외국 나갈때 면세점에서 산다 해도 좀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이란 점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와이즐리 쉐이빙 크림을 쓰게 된건데 일단 가격이 비싸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면도에 도움을 준다. 약초와 허브가 섞인듯한 향이 나는데 역한 향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향이다. 단점이라면 뚜껑을 여는 사용감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포장역시 불필요한 포장이 없고 종이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만족한다. 제품 그 자체보다 포장에 더 감동했다. 쉐이빙 젤 자체는 사실 눅스쪽이 더 마음에 들긴 하지만 가격이 한 3배 차이 나기때문에 나는 계속 와이즐리 쉐이빙 크림을 쓸것 같다. 쉐이빙 폼을 찾아 방황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쉐이빙 제품들에 대해 쓰는김에 6개월 정도 전에 구매한 레이저핏에 대해서도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사진이라도 올리면 좋겠지만 쓸모없는 리뷰사진들이 범람하는 요즘 오히려 사진 없는 담백한 텍스트 리뷰가 진정성을 높여 주리라는 근거없는 기대를 더해 리뷰를 남겨본다. 


일단 레이저핏은 간단히 말해 고무에 면도날을 갈아 오래 쓴다는 개념인데 가장 궁금한건 효과가 있느냐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효과가 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다. 그 전에 흥미로운 점은 네이버에 '질레트 레이저핏'이라는 후기들이 많다는 점이다. 면도기를 싸게 팔고 면도날을 비싸게 파는 BM을 지닌 질레트는  분명 '레이저핏과 같은 제품을 이용하면 윤활액이 닳아 제품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광고를 해왔는데 웬 레이저핏인가 했다. 정답은 일부 오픈마켓 등에서 레이저핏과 질레트 면도날을 묶어 판매하다 보니 일부 블로거들이 레이저핏이 질레트에서 나온거라 착각한 것이다. 뭐 그럴수도 있는데 그런 블로거들 보다는 성의있게 리뷰를 남겼음을 자랑하고 싶어서 적어둔다. 


효과에 대해 좀 더 서술해 보면 레이저핏을 사용한다고 해서 100%의 상태인 새 면도날의 상태는 오래 유지해 주지 못한다. 다만 0%로 떨어져서 피부를 깎는듯한 상태의 면도날까지는 가지 않고 30-40% 까지의 상태를 오래 유지하며 100%에서 30%의 상태까지 가는 기간도 늘어난다. 즉 쓸만한 상태를 50%상태로 생각하느냐, 30%의 상태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 효과는 무조건 있는데 체감의 정도가 다를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충분히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쏘쏘 그저그랬다. 저렴한 날을 사서 자주 가는게 더 나은 것 같다. 참고로 오리지널과 거치대가 있는 신형 모델이 있는데 면도기를 뒤집어 놓으면 되기 때문에 굳이 신형 모델을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교체하기 쉽게 만든 면도날을 관리해 가며 오래 쓴다는 개념을 기존 면도날 판매업체들이 반길리 없는데 어떻게 대응할런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도 질레트 날은 그동안 너무 비쌌다는 생각인데 과연 질레트가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어떻게 지킬지 궁금하다. 와이즐리와 같은 서비스도 야금야금 질레트의 점유율을 갉아먹지 않을까 싶은데 와이즐리와 같은 스타트업에도, 레이저핏과 같은 제품에도 별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이 아직은 대다수이기에 당분간은 굳건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와이즐리에 대해 리뷰를 남긴 후 우연히 대표의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할인상품이나 온라인 결제에 익숙한 남성들은 타겟고객이 아니라고 대답했던 부분인데, 나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온라인으로 최저가를 찾아가며 저렴하게 구매하는데 익숙한 사람보다는 마트나 슈퍼에서 질레트 면도날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훨씬 유용한 서비스이다. 나같은 사람들은 그냥 온라인으로 쉬크나 도루코 면도날 싸게 구매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여러 할인쿠폰에도 무딘 소비자들이 스타트업 서비스에는 예민할지 모르겠다. 



보통 얼굴에 바르는 것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있기 마련인데 면도용품에 관해서는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다. 로션, 썬크림, 클렌징 폼들은 워낙 제품군도 다양하고 리뷰들도 많아서 고르는데 큰 무리가 없는데 쉐이빙용품 만큼은 제품들이 다 거기서 거기, 고만고만하다. 면도기는 가장 무난하(고비싸)다는 질레트를 쓰기도 하고 가성비가 좋은 쉬크를 쓰기도 하고 저렴한 도루코를 써보기도 했는데 쉐이빙폼은 더욱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아이허브에서 구매를 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질레트나 쉬크에서 나오는 쉐이빙젤, 폼들은 가격은 저렴한데 너무 자극적이고 그야말로 거기서 거기다. 남성화장품 브랜드(랩 시리즈 등) 역시 상품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고 가격 역시 비싸다. 솔직히 화장솜에 스킨을 적셔 닦아내면 될 것 같은데 왜이렇게 에프터 쉐이빙젤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이러한 이유로 쉐이빙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미국의 달러쉐이브클럽처럼 면도용품 서브스크립션 스타트업이 한국에도 있다고해서 스타터 세트를 주문해봤다. 8900원에 면도핸들이랑 면도날 2개 구성인데 재미있는 건 미국의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달러쉐이브클럽은 한국의 도루코와 협업하여 면도날을 공급하는거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스타트업인 와이즐리는 독일은 면도날 회사에서 제품을 받아 쓴다고 한다. 제품 패키징은 간결하고 디자인도 깔끔하고 괜찮다. 면도 주기에 대한 설명, 올바른 면도법, 보관법에 대한 설명, 마케팅비로 거품이 낀 면도기 가격 등에 대한 부분은 잘 설명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공감이 간다. 와이즐리 대표가 피앤지 출신이라는데 피앤지=질레트, 즉 면도용품 점유율 1위이며, 면도기 거품가격의 주 원인 중 하나인 회사 출신이라 하니 시장 조사도 잘 되어있을 것 같고 괜찮은 생산 업체에서 물건을 가져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다만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인데, 문제는 면도기와 면도날을 쓴 지 1주일 이 된 지금 시점에서 제품이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면도기 핸들은 살짝 무게감도 있고 깔끔하고 별 불만이 없는데 문제는 면도날이 날카롭고 자극이 심하다. 면도가 잘 된다는 느낌은 잘 모르겠고 문제는 피부 자극이 심하다. 핸들이 바뀌어 면도 각도 문제인지 면도 날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1달을 사용할때까지(면도날 2개 권장 사용시기) 이런식이라면 재구매를 하지 않을 것 같다. 정기 배송을 해주는 건 편리하나 가격이 합리적이고 굳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면도날이 상하는 것도 아니고 부피가 큰 것도 아니고 그냥 사다 놓으면 되기 때문. 리필 면도날4개를 8900원에 무료배송으로 1개월, 2개월, 4개월 단위로 주문받을 수 있는데 과연 저렴한 가격일까? 쉬크 면도날 4개입이 유료배송(3천원)으로 네이버 쇼핑 기준 8천원이고 무료 배송은 11,000원 정도이다. 도루코 5중날 면도날도 4개입 7700원(유료배송), 즉 가격은 시중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쉬크 면도날이 훨씬 피부에 잘 맞았다. 


개인 피부와 수염 상태에 따라 맞는 제품이 있고 아닌 제품이 있을 수 있는데다가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니 제품 개선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개인적으로는 곧 나온다는 쉐이빙젤이 더 기대가 되는데 그때쯤 쉐이빙젤을 한 번 써봐야겠다. 달러쉐이브클럽에서는 치약, 칫솔 서브스크립션도 하던데 이 분야도 유망하다고 본다. 괜찮은 칫솔도 없고(대부분 다 헤드가 너무 크다), 치약도 다 고만고만하다. 물론 치약, 칫솔, 면도용품 골라쓰는 나같은 소비자들로 이루어진 시장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 결국은 이런 사업 하려면 시장이 큰 미국이 답이다..? 다음엔 레이저핏 리뷰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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