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는데 작가이자 방송인이 조승연씨의 에세이이다. 조승연씨가 방송에 나오는 모습은 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뭐하는 사람인지는 몰라서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여전히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세계문화전문가라고 책에는 소개되어 있는데 약간 4차산업혁명같은 알쏭달쏭한 설명이다. 뉴욕과 프랑스 등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도 쓰고 방송도 하는 사람인것 같다.
책은 프랑스인과 프랑스 문화 등에 대한 저자의 경험과 견해가 담긴 짤막한 글들로 구성된다.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같은 느낌을 기대했었는데 그렇진 않고 읽기 편한 느낌의 책이다. 잘 넘어가긴 하는데 참신한 인사이트는 없었다. 미국과 대비하여 프랑스는 멋과 여유를 아는 나라로 그리는데 기존의 프랑스 이미지를 활용 한 것일뿐 새로움은 없었다. 알려진 사실을 전달하는 부분은 깔끔해서 흥미롭게 읽었는데 저자의 견해가 개입된 부분에서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골은 프랑스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 바면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 68세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한 부분이나 디올은 코르셋을 착용해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한 패션을 선보였지만 입생로랑은 남자의 군복을 여성복으로 응용했다는 부분은 몰랐던 사실이라 흥미로웠다. 다만 206페이지에 '각종 최첨단 기술을 집약시켜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아이폰 한 대의 가격이 수백 년 전 기술로 만든 프랑스제 가죽 가방보다 싼 것을 보면서 나는 실소를 금치 못하곤 한다.' 란 문장이 있다. 난 이 문장을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프랑스 제품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 왜 아이폰이라는 제품의 아름다움은 무시한채 기술의 집합체라고 퉁쳐버리는건가? 아이폰이 제품 사양이 좋고 기술이 최첨단이라 그 가격에 판매되고 그 많은 팬덤을 형성하는것은 아니다.
또 프랑스의 미식 문화를 다루는 파트의 글을 예로 들자면 이렇다. 자신의 가족이 여행을 하다 프랑스 조그마한 마을에서 감자튀김을 남겼는데 식당 주인에게 힘들게 농사지은 감자를 남겼다며 혼나는 일화가 소개된다. 떼루아에 대해 설명하며 시작된 글은 미슐랭 가이드에 대해 소개하며 마무리된다. 공부를 오래하고 프랑스에 장기간 거주하며 머물렀던 작가라고 하여 남다른 인사이트나 몰랐던 사실을 기대했는데 글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하며 머물고 있는 학생이 유튜브에 Vlog로 올릴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로 고민하느라 끙끙 앓았던 머리를 잠시 쉬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힐링의 범주에 들어있는 책인것 같다.
약간 내가 기대했던 책과는 느낌이 달라서 책 표지를 보니 '인문학 관찰 에세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표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 불평을 하다니 내 불찰이다. 그래도 책에서 인상깊은 문장을 하나 남기고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남자는 그 남자의 러브스토리의 합이지"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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