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민가 했는데 재미있게 봤다. 보고 싶었던 영화 말고 영화는 보고 싶은데 무슨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될 때 네이버 평점은 당연히 거르고 왓챠 평점, 평론가 평점, 이동진 평점 등을 두루루 살피고 영화를 고르곤 한다. 대체로 재미있게 보긴 하지만 저런 식으로 영화를 고르면 때로는 너무 난해하거나 지루한 영화를 고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요새는 cgv 앱에 간단히 나오는 시놉시스라도 읽고 고르는 편인데 그린북은 영화 설정이 재미있어 긴가민가한 상태로 골랐다.
그린북은 1960년대 미국에서 인정받는 흑인 피아노 연주자인 셜리와 그의 운전기사를 하게 된 발레롱가가 미국 남부로 공연 투어를 떠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영화이다. 일단 혼자가 아닌 2인 이상이 여행을 떠난다는 뜻은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며 대사가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즉 지루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 설정을 대충 살펴봐도 난해하기도 힘든 설정이라는걸 알 수 있다. 대충 고른 것 같지만 나름 논리적으로 볼 영화를 골랐다.
영화 배경인 1960년대 미국에 대해 짤막히 살펴보면 그때의 미국은 공식적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으며 농업이 발달한 남부로 갈수록 흑인에 대한 차별은 더 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남북전쟁 후 공식적으로는 인종에 따른 선거권 차별을 두지 않았지만 여러 치졸한 방법으로 흑인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았고 1965년이 되어서야 흑인에게도 선거권이 주어졌다고 한다. 역사 책에서나 일어날법한 이런 미개한 일이 불과 50년 전 일이라니 믿기 어렵지만 1965년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50년이 참 긴 시간이구나 싶기도 하다. 예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지금도 정신 안 차리고 환경에 휩쓸려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미개한 일들을 죄책감 없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 중간에 소울푸드인 프라이드치킨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프라이드치킨 찾아 보다가 내가 소울푸드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울푸드를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나 삶의 애환이 담겨있는 추억의 음식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건 한국에서의 해석이고 실제 영단어로 해석하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음식을 뜻한다고 한다. 흑인 문화에 소울(Soul)이 붙는 것에 서 유래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프리카 흑인들의 음식을 소울푸드(Soul Food)라고 불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내가 알고 있는 의미로 쓰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외국인한테 잘못 쓰지 않게 조심해야겠다. 내가 알고 있는 뜻으로 표현하려면 Comfort Food가 더 적절하다고 한다.
어쨌든 프라이드치킨이 대표적인 소울푸드가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닭을 구이로 구워 먹던 잉글랜드인들은 미국 동부로 이주했고 닭을 튀겨먹던 스코틀랜드인들은 미국 남부로 이주했는데 미국 남부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게 된 흑인들은 자연스럽게 닭은 튀겨 먹게 되었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남은 닭 부위를 먹기에는 튀김이 적당했고, 다른 고기를 구하기 어려웠다는 점, 양돈업 발전으로 기름을 구하기 쉬워졌다는 점 등으로 프라이드치킨은 흑인 요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식 양념치킨이 한국 음식일 뿐 닭튀김 요리나 양념된 프라이드치킨은 어느 나라에 나 있을법한 요리이다. 달짝지근하고 매콤한 빨간 양념으로 버무려진 양념치킨은 한국식 양념치킨이 맞지만 버팔로윙도 있고 그냥 양념치킨은 여기저기 많은 것 같다. 배달이 가능한 작은 국토,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비싼 환경, 다른나라 대비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우리나라를 치킨강국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아 물론 영화는 프라이드치킨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성장영화이자 역사영화이고 가족영화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쯤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린북이라는 이름이 낯설어 그 당시 보지 않았다.(그린북의 의미도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어쨌든 영화는 누구랑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시나리오도 좋고 연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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