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요새 가보려고 적어둔 식당들은 거의 다 라멘집인 것 같다. 저렴하고 맛있는 면요리야 칼국수도 있고 짜장면도 있고 한데 아무래도 라멘이 차슈도 있고 국물 베이스도 고기국물 위주라 한끼 식사가 되는 것 같다. 가게마다 추구하는 맛도 조금씩 달라 재밌으면서도 제면을 한다든지 나름의 장인정신이 있는 것 같아 좋다. 이번에 가본 유즈라멘은 진한 돈코츠 라멘이 아닌 조금 상큼하고 가벼운 라멘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다. 시오라멘에 유자에 루꼴라까지 산뜻함을 기대하며 찾았다.


나는 유즈시오라멘을 시키고 매운유즈소유라멘을 조금 뺐어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시오라멘쪽이 더 맛있었지만 둘 다 맛잇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 차슈는 먹다가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유자가 살짝 들어간 더블스프 육수는 기대했던대로 산뜻했다. 루꼴라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 면은 자가제면을 한다고 하는데 잘 기억은 안난다. 경사가 있는 내부 구조도 독특하고 쥬크박스에서 울려퍼지는 음악도 분위기에 독특함을 더한다.

문제는 웨이팅이 길다는 건데 날이 좋아서 웨이팅을 했으나 추우면 못할듯. 더블스프 육수에 유자를 첨가한 라멘을 파는 일본의 아후리라멘이 있다고 하는데 일본에 가게되면 여기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거의 10년 전에 오사카에서 시오라멘을 맛있게 먹고 한국에서 그 맛을 찾았지만 맛있는 라멘은 죄다 돈코츠라멘이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돈코츠라멘 말고 라멘 종류가 다양해진것 같다.


BA 4.04/5 RB 3.53/5 Style Imperial IPA ABV 8.5%


깔끔한 끝맛의 청량한 IIPA. 밸런스 좋으나 무난한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도 노스 아일랜드 IPA를 맛있게 마셨던 기억이 있는데(이 맥주 말고는 기억이 안난다) 22주년 IIPA라고 맥주가 하나 나와있길래 집어왔다. 그간의 경험으로는 특정 스타일의 맥주를 잘 만드는 곳에서 ~주년으로 나온 맥주는 대부분 맛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신 흐름대로 시음기를 남긴다. 일단 잔에 따르면 시트러스향이 향긋하다. 마시면 오렌지, 자몽 향이 강하고 탄산감이 꽤 느껴진다. 호피하면서도 IIPA라 쌉싸름한도 느껴진다. DIPA같은 경우 때로는 홉 단맛이 너무 강하거나 쓴맛이 너무 강한 경우가 있는데 이 맥주같은 경우는 밸런스가 좋은 것 같다. 마셨을때는 꽤나 호피하고 쌉싸름한것에 비해 끝맛은 깔끔해 음용감이 좋다. 다만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는 아니고 흔히 마셔보는 IPA의 맛이다. 흔한 스타일의 맛있는 맥주가 한정판인 것이 의미가 있느냐에는 개인마다 견해가 달리겠지만 그다지 비싸지 않게 들어왔으니 한 번 마셔보는 것도 추천한다. 



경리단, 이태원에서는 카페를 가기보단 맥주를 한 잔 하는 편이지만 이날은 비가 내렸거나 카페인이 땡겼거나 인스타 감성이 떨어졌거나 하는 시덥잖은 이유로 파치드를 찾아 들어갔다. 굳이 커피를 마신다면 찬스브로스를 가곤 했는데 파치드 커피도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 번 가봤다. 녹사평역에서 5분정도 찾아 헤메면 나오는 곳에 있는데 이런 감성의 카페는 외진 동네의 대로변보다는 번화가의 구석진 곳이 더 잘어울리는 것 같다. 


내부는 생각했던것 보단 작았는데 한쪽에는 긴 테이블이 하나 있고 다른 쪽에는 등을 기대고 서로 마주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비좁은 공간에 의자를 끌어 당기고 걸쳐 놓은 겉옷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옆을 보며 얘기하면서도 가끔씩 앞에 있는 모르는 사람에 시선을 두는 경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다 마시고 나오니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크지 않은 공간에 사람이 가득차다보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테이블을 한 두개 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홍대 라이즈호텔 타르틴베이커리가 떠오르는 색감의 의자와 벽이었는데 괜찮았다. 


LP로 음악을 트는 것 같았는데 LP를 좋아하는 마음과 필름카메라를 좋아하는 감성은 재밌는 것 같다. 음원이 차가운 소리를 내주는 반면 LP가 더 깊고 따뜻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선호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 음원이나 CD가 더 명료한 소리를 들려줄 뿐이다. LP가 따뜻하게 들린다면 LP 관련된 추억이 따스하거나 LP의 노이즈를 좋아하는 것일뿐이다.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필름카메라보다 디지털카메라가 더 명료한 사진을 보여주지만 필름 카메라 특유의 색감과 노이즈를 따뜻하다고 표현한다. 터널이펙트를 일부러 어플로 구현해 내기도 한다. 나만 해도 어렸을 때 필름카메라에 대한 추억이 있는데 아기때부터 폰카를 구경했을 어린세대는 필름 사진을 보고 따뜻하다고 느낄지 궁금하다. 카세트 테이프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 나에게 LP는 추억보다는 호기심 정도인데... ㅎㅎ


어쨌거나 카페 커피는 맛있다. 가볍고 산미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카페 중에 시기만 한 커피를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괜찮아서 원두 설명해주는 카드를 보니 듁스 원두를 쓰고 있었다. 듁스 원두는 국내에서 로스팅 하는게 아니라 항공으로 로스팅된 원두를 받아다 쓰는건가? 아무튼 마실만 했다. 카페 방문기가 왜이리 길어졌는지 모르겠으나 결론은 커피도 공간도 괜찮으니 한 번쯤은 가볼만 한 것 같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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