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 이태원에서는 카페를 가기보단 맥주를 한 잔 하는 편이지만 이날은 비가 내렸거나 카페인이 땡겼거나 인스타 감성이 떨어졌거나 하는 시덥잖은 이유로 파치드를 찾아 들어갔다. 굳이 커피를 마신다면 찬스브로스를 가곤 했는데 파치드 커피도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 번 가봤다. 녹사평역에서 5분정도 찾아 헤메면 나오는 곳에 있는데 이런 감성의 카페는 외진 동네의 대로변보다는 번화가의 구석진 곳이 더 잘어울리는 것 같다.
내부는 생각했던것 보단 작았는데 한쪽에는 긴 테이블이 하나 있고 다른 쪽에는 등을 기대고 서로 마주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비좁은 공간에 의자를 끌어 당기고 걸쳐 놓은 겉옷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옆을 보며 얘기하면서도 가끔씩 앞에 있는 모르는 사람에 시선을 두는 경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다 마시고 나오니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크지 않은 공간에 사람이 가득차다보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테이블을 한 두개 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홍대 라이즈호텔 타르틴베이커리가 떠오르는 색감의 의자와 벽이었는데 괜찮았다.
LP로 음악을 트는 것 같았는데 LP를 좋아하는 마음과 필름카메라를 좋아하는 감성은 재밌는 것 같다. 음원이 차가운 소리를 내주는 반면 LP가 더 깊고 따뜻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선호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 음원이나 CD가 더 명료한 소리를 들려줄 뿐이다. LP가 따뜻하게 들린다면 LP 관련된 추억이 따스하거나 LP의 노이즈를 좋아하는 것일뿐이다.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필름카메라보다 디지털카메라가 더 명료한 사진을 보여주지만 필름 카메라 특유의 색감과 노이즈를 따뜻하다고 표현한다. 터널이펙트를 일부러 어플로 구현해 내기도 한다. 나만 해도 어렸을 때 필름카메라에 대한 추억이 있는데 아기때부터 폰카를 구경했을 어린세대는 필름 사진을 보고 따뜻하다고 느낄지 궁금하다. 카세트 테이프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 나에게 LP는 추억보다는 호기심 정도인데... ㅎㅎ
어쨌거나 카페 커피는 맛있다. 가볍고 산미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카페 중에 시기만 한 커피를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괜찮아서 원두 설명해주는 카드를 보니 듁스 원두를 쓰고 있었다. 듁스 원두는 국내에서 로스팅 하는게 아니라 항공으로 로스팅된 원두를 받아다 쓰는건가? 아무튼 마실만 했다. 카페 방문기가 왜이리 길어졌는지 모르겠으나 결론은 커피도 공간도 괜찮으니 한 번쯤은 가볼만 한 것 같다이다.
'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리단길 캘리포니아키친-햄버거 (0) | 2018.11.18 |
---|---|
만리동 유즈라멘- 기대이상 맛있음 (0) | 2018.11.15 |
회현동 금산제면소- 정창욱 쉐프 탄탄멘, 웨이팅 김 (0) | 2018.11.05 |
문래 양키스피자- 피자 한 판 시켜먹을걸 (0) | 2018.11.02 |
가리봉동 월래순교자관- 최자로드 만두집 먹고옴 (0) | 2018.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