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 먹으러 빵을 찾아다니는 빵덕후는 아니지만 근처에 마침 맛있는 빵집이 있으면 꼭 가본다. 오월의 종 빵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지나다니면서 먹었던 빵들을 간단히 기록을 남겨본다. 



1. 타쿠미야

생식빵을 파는 곳이다. 생식빵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데 일본에서 어느정도 인기를 끈 모양이다. 촉촉하고 쫄깃함을 내세운 빵인데 생으로 먹어야 맛있다고 해서 생식빵이라 부르는 것 같다. 최근에 간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라멘집인 하카타분코에서 새로 낸 가게라고 하는데 자세한 정보는 안나와있고 가게 뜻은 '장인의 집'이라고 한다. 생식빵이 일반 식빵이랑 뭐가 다른가 궁금하던차에 지나는 길에 있길래 가봤다. 저렇게 슬라이스로도 팔고 하프로도 팔고 홀사이즈로도 판다. 슬라이스로 파는게 재미있다. 맛은 그냥 촉촉하고 쫄깃한 식빵이다. 좀더 자세하게는 식빵을 손으로 꾹꾹 누르면 뭉쳐지면서 쫄깃해 지는데 살짝 그런 느낌이다. 맛있긴 한데 생으로 먹기엔 밋밋하고 토스토로 구워먹기엔 '생식빵인데?' 싶다. 냉동시켜놓고 그때그때 구워먹는 나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맞지 않는 식빵.



2. 식부관

여기도 만두집에서 만두먹고 도산공원쪽 가다가 뭔가 허전해서 딸기샌드 하나 사먹었다. 위에 식빵이랑 컨셉이 다르긴 한데 여기 식빵이 더 내 취향이다. 식빵이 맛있는 곳이지만 딸기샌드에서 식빵의 존재감은 미미하고 크림이 맛있고 딸기가 맛있다. 딸기가 달긴 한데 산미가 부족해서 조금 아쉬웠다. 3월되면 슬슬 딸기가 맛이 없어지니 조만간 안 팔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딸기샌드 맛있었다. 



3. 오월의종

여기 크렌베리바게트가 제일 맛있다. 그건 그렇고 얼마전에 오월의종 빵이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단된 이유를 알았는데 그 이유가 정말 어처구니 없다. 보통 오월의종 같이 작은 빵집들은 '즉석판매제조업체'로 분류되는데 이렇게 분류된 업체에서는 온라인 유통업체는 거쳐서는 빵을 판매할 수 없다고 한다. 유통업체를 거쳐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포장실이나 창고 등 요구시설이 많아 투자비가 억대로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더 웃긴점은 즉석판매제조업체가 직접 택배 등의 방법으로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 식품접객영업자 등이 지켜야할 준수사항 별표 17에 나와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즉석판매제조·가공업자와 그 종업원의 준수사항

. 제조·가공한 식품을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판매하여서는 아니 되며,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배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업장 외의 장소에서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영업자나 그 종업원이 최종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경우

2)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우편 또는 택배 등의 방법으로 최종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경우

그나마 1)만 가능하다가 2)가 2014년인가 개정되어 추가되었다고 한다. 마켓컬리 등을 통하여 빵을 배송하면 소비자가 하루 안에 빵을 받아볼 수 있는데 직접 생산자가 우체국택배등을 통해 배송한다면 하루 이상이 걸린다. 마켓컬리뿐 아니라 쿠팡 등 이제 새벽배송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데 법은 아직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인센티브가 없어서 법 제정은 항상 느린걸까? 이럴거면 미국처럼 네거티브형으로 법으로 규제하는 것만 불가능하고 나머지는 가능하게 했으면 좋겠다. 어쩐지 쿠팡 로켓와우에서 빠는 빵이 삼립 빵밖에 없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어마무시한 규제때문인듯 싶다.  


4. 태극당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으면 나눠쓸걸 그랬다. 을지로 아크앤북에 있는 태극당인데 여기는 사실 OTD에서 기획한 아크앤북이 궁금해서 가봤다 그냥 지나칠수 없어 아이스크림 하나 산 경우이다. 성수연방에도 아크앤북이 있던데 아마 그것 역시 OTD에서 기획한게 아닐까 싶다. 여름엔 개덥고 겨울엔 개추운 서울에서 시간을 조금 들여 실내에 머무를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때문에 이와 같은 기획은 잘 될거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각각의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푸드코트화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있다. 아크앤북은 한국의 츠타야서점이라고 하는데 츠타야서점을 가보지 못해 찾아보니 책과 공간을 분류해 놓은 곳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에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라고 한다. 음 가보지 않아서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아크앤북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태극당 아이스크림은 얼어서 너어어무 딱딱해서 먹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좀 심했다. 평가불가  



5. 오헨

대흥역/서강대 쪽에 있는 빵집이다. 돈카츠윤석 간김에 간 곳인데 크루아상이 맛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크루아상 맛있는 곳 치고 진짜 맛있었던 곳이 별로 없었기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아갔는데 크루아상이 진짜 맛있었다. 가게 찾기는 살짝 힘든데 일단 찾으면 아 저거구나 싶다. 빵 진열된게 이뻐서 찍었을 뿐 빵은 기대 안해서 빵 사진도 없는데 저 초코 발라진 크루아상은 맛있었다. 치아바타도 먹었는데 치아바타는 폴앤폴리나가 더 맛있는것 같다. 어쨌거나 맛있는 빵집 인정. 


 간단하게 쓰려다 조금 길어졌다. 오월의종 빵을 마켓컬리로 시켜먹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합정이나 홍대의 카페를 떠올리면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인이 자신의 색으로 꾸려가는 작은 카페가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매번 마주치는 얼굴이 달라지는 큼직한 카페가 많다. 작은 카페들도 많겠지만 당장 합정역 근처에 떠오른 큰 카페들만 해도 빌리프, 밤부, 포비, 빈브라더스 등이 있는데 큰 카페의 장점도 분명 있게지만 가끔은 작은 카페에 가고 싶어지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마침 합정역 근처에 갈 카페를 찾던 중 먹어보지 못한 테린느를 판다길래 먹어볼겸 겸사겸사 레코즈 카페로 향했다. 


연남동 에큘리에서 테린을 먹어본 기억이 나서 혹시 그건가 해서 찾아봤는데 다행이 테린느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디저트 종류였다. 테린이라는 사각 도자기 틀에서 만들어져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고 프랑스식 소시지인 테린과 닮아 테린느라 불린다는 설이있는데 아마 전자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테린느는 초콜릿과 버터에 밀가루, 달걀 등을 섞어 꾸덕한 질감을 살린 디저트라고 보면 된다. 



말차 테린느만 준비가 되어있어서 말차테린느를 먹었는데 딱 생각했던 식감과 맛이었다. 생초콜릿같은 느낌인데 단맛의 지분을 버터가 조금 가져간 느낌의 생초콜릿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각했던것 보다 더 달고 더 꾸덕했는데 초콜릿+버터의 조합이니 맛이 없진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헤비해서 저 양을 둘이 먹기에도 조금 많았다. 맛 자체가 다소 단조롭고 질감이 꾸덕한 탓에 커피에 쉽게 씻기지 않아 계속 먹기에는 살짝 물렸다. 크기를 줄이거나 다른 맛과 같이 나오는게 어떨까 싶다.  



커피는 무난했다. 커피나 테린느보다 가게 구석에 돌고있던 LP에서 흘러나오는듯한 음악 소리가 좋았다. 스피커랑 마주하고 앉아 소리가 더 좋게 들린건가 싶었는데 카페 이름이 레코즈커피인걸 보니 주인분이 오디오에 취미가 있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커피 잔부터 시작해서 음악 선곡, 테린느 등 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곳이라 좋았던것 같다. 카페가 작고 앉는 좌석이 조금 불편한점이 단점이지만 끊임없이 생겨나는 카페들의 획일적인 컨셉에 질렸다면 한번쯤 와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지난번 을지루입구에 놀러갔을때 어디서 밥을 먹을까 고민하다 들어간 곳이다. 노포라 불리는 오래된 식당들도 꽤 있고 인스타그래머블한 핫한 식당들도 꽤 있는것 같았지만 점심으로 과한 메뉴를 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타마고로 갔다. 일본가정식을 파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가게가 크지 않고 주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줄이 길다고 해서 점심시간을 약간 비켜간 시간에 방문했다. 


메뉴는 몇 가지 있었는데 식사메뉴로 먹을 수 있는건 4가지였다. 후토마끼를 먹고 싶었으나 품절이었고 텐동과 사케모리즈시를 주문했다. 주문한 두 메뉴 모두 맛있었다. 물론 각각 여기보다 더 맛있는 곳은 충분히 있겠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 아니라 편히 한끼 하기는 좋아 보였다. 같이 나온 돈지루도 맛있었고 샐러드 등 나오는 음식 모두 성의있게 만든 느낌이 났다. 테이블 6개 정도로 가게가 작고 회전율이 빠른 편도 아니다. 밖에 웨이팅을 할만한 공간도 없기도 하다. 


지하철이 지나다니며 내는 소리도 주기적으로 들리고 밖은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가게 안은 다들 평화롭게 일본 가정식을 먹고 있는 모습이 생소했다.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맛집이라기보다는 동네 주민이나 직장인들에게 좋을 동네맛집 느낌이다. 음식도 맛있었고 다른 동네의 일상을 잠깐 경험해보고 간듯한 느낌이 좋았다. 


골목식당 포방터 돈까스집 열풍을 보면서 저길 저렇게까지 가야하나 싶으면서도 돈까스는 먹고싶어졌다. 그래서 합정 크레이지카츠에 아무생각 없이 갔는데 웨이팅이 어마어마해서 바로 포기했다.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집 근처 돈까스 맛집을 찾아간게 아닌가 싶은데 어쨌든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렇다면 생긴지 얼마 안 된 돈까스집을 가야겠다고 결정하고 대흥역 근처에 있는 돈카츠 윤석을 찾아갔다. 옆에 도꼭지라는 생선구이집도 붙어있다. 벌써부터 웨이팅이 있는것 같지만 다행히 내가 갔을 때는 웨이팅이 없었다. 


프리미엄 카츠는 메뉴 이름인데 히레카츠, 로스카츠, 에비카츠가 조금씩 다 나오는 구성의 메뉴이다. 다른 메뉴대비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세가지 다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시켰다. 각각 메뉴보다 모둠메뉴 가격을 비싸게 측정하는건 현명한것 같다. 보통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의 경우 다시 오지 못할 것 같아 모둠메뉴를 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가격을 높게 받아 동네 손님들이 주문하는 일반 메뉴에 가격을 낮추는게 각 손님의 요구를 맞추면서도 가게의 지속을 위한 좋은 전략이 아닐까 싶다. 너무 골목식당을 열심히 본 것 같다. 순전히 내 추측인데 나중에 식당하면 나도 써먹어야 겠다. 


어쨌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넓은 그릇에 소금이 흩뿌려져 있는데 돈가스 소스와 트러플 오일, 유즈코쇼가 같이 나온다. 유즈코쇼는 유자를 잘게 다진 후 고춧가루(보통 풋고추가루)와 소금 섞어 숙성시킨 쿠슈지방의 조미료라고 한다. 후추가 들어가지 않지만 코쇼=후추라 불리는 이유는 쿠슈지방 방언으로 고추가루를 코쇼라고 해서 그렇다고 한다. 먹으면서 '후추맛 좋네' 이런말 안해서 다행이다. 짭짤한 유자맛이 난다. 


돈카츠는 맛있고 에비카츠는 더 맛있다. 일단 튀겨주시는 분들이 신뢰가 가는 외양이다. 다만 돈카츠 고기는 맛있었으나 튀김부분은 약간 실망했다. 튀겨지는 소리를 들으니 저온으로 튀기는 것 같은데 프리미엄 정돈도 그렇고 저온튀김이 트렌드인가보다. 저온이고 고온이고 맛있기만 하면 되는데 이번에 먹은 튀김 상태는 살짝 실망스러웠다. 교촌치킨 양념이 묻어 살짝 눅눅한 튀김 느낌이 났다. 물론 그래도 맛있어서 다 먹긴 했다. 로스카츠보다는 히레카츠쪽이 더 맛있었다. 등심 지방의 비율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맛있었던건 에비카츠인데 에비카츠 튀김은 돈카츠랑은 다르게 맛있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맛있는 돈가스와 친절한 응대를 경험할 수 있으니 줄이 길어지기 전에 가보는걸 추천한다.    

가끔씩 파스타가 생각날 때가 있는데 적당한 가격에 캐주얼하게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만 원 언저리에 파스타를 파는 곳에 가서 먹으면 차라리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고 2만원은 훌쩍 넘는 곳에서 먹으면 맛은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파스타를 먹기에는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재료도 수입해야 하는 재료가 많고 파스타라는 음식이 만드는데 은근히 손이 많이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비싼 가격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2만원 하는 파스타 먹고 맛이 없으면 짜증나는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파스타 식당을 찾아 이번에 합정에 첸토페르첸토라는 곳에 다녀왔다. 


근처에 카밀로 라자네리아라고 라자냐를 파는 곳에서 낸 2번째 식당이라고 하는데 카밀로 라자네리아는 들어보긴 했는데 인기가 많아보여서 가보지는 못했던 곳이다. 2번째 식당이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사람이 적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이유로 방문했다. 가게는 10명정도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고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바 좌석으로 안내받았다. 평일이라 운이 좋게 웨이팅은 없었지만 주말에는 무조건 웨이팅이 있을 수 밖에 없겠다 싶었다. 



파스타는 라구파스타와 토마토소스 베이스의 파스타, 스튜는 닭고기 스튜와 소고기 스튜 두 종류가 있었다. 토마토파스타와 소고기 스튜를 주문했는데 둘다 순한 맛이었다. 좋게 말하면 가정식 같은 느낌이었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싱거웠다. 특히 파스타는 생면 특유의 질감이 색다를뿐 맛은 너무 단조로웠다. 치즈도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서 식감과 시각의 즐거움만 줄뿐 희미한 맛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스튜도 순한 맛이긴 했지만 파스타 보다는 더 맛있게 먹었다. 보통 파스타랑 같이 먹는 피자보다 파스타랑 같이 먹기 궁합이 좋은것 같다.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나눠먹기가 조금 불편해 보이긴 했다. 스튜와 파스타를 시키니 간단한 샐러드와 빵이 같이 나왔는데 샐러드와 빵 모두 맛있었다. 넓은 접시에 이쁘게 플레이팅 되어 나오는데 그래서 테이블이 좀 비좁았다. 메뉴 2개에 음료 하나 시키고도 테이블이 좁았으니 이 부분은 조금 조정이 필요해 보였다. 


오미베리 스파클링이라는 못보던 음료를 주문했는데 요리와 비슷하게 순한 맛이었다. 첨가제를 쓰지 않아 인공적으로 역한 향이 나지 않아 좋았다만 산미도 강하지 않고 당도도 강하지 않아 조금 밋밋했다. 음식의 간도 강하지 않아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어지간한 음식하고는 같이 곁들여 마시기 애매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맛에서의 만족보다는 가격과 컨셉에서의 만족이 더 큰 것 같다. 스튜와 파스타의 조합도 좋고 비싸지 않은 가격도 좋았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니까 줄이 길게 늘어설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래 기다려서 먹으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의 식당이다.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어떤 곳에 돈과 시간을 쓰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마찬가지로 요즘 어떤 식당을 좋아하는지 알고 싶으면 요즘 몇 번 갔는지를 세보면 된다. 이런 기준에서는 플로리다반점이 요즘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인데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이 맛있고 그 다음 이유는 웨이팅이 없으며 세번째 이유는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점이다. 요 근방에 맛이차이나도 맛있지만 맛이차이나는 무엇보다도 웨이팅이 길때가 많아서 피곤하다. 물론 두 곳이 추구하는 맛이 조금 다르기도 하다. 탕수육만 봐도 맛이차이나는 찍먹이고 여기는 볶먹이다. 기다리고 마침내 먹는 음식에 묘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안기다리고 맛있게 먹는게 짱인것 같다. 




음식이 한 번에 나오면 딱 찍을텐데 한번에 나오지 않을 때에는 굳이 따로따로 찍지는 않는 것 같다. 우연히 짬뽕을 찍은 사진이 두 장이 있는데 위에 찍힌 짬뽕보다 아래에 찍힌 짬뽕이 훨씬 더 맛있었다. 탕수육도 편차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맛있는 곳이긴 하지만 가끔 짬뽕의 불맛이 덜 할때도 있고 탕수육에 비린맛이 나거나 소스가 뭉쳐 눅눅한 느낌이 날때가 있다. 그래서 갸웃거리며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또 엄청 맛있게 나오는 날이 있다. 사람이 많아 바쁘거나 개인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게 아닌가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 없을 것 같은 한가한 시간대에 방문하는걸 추천한다. 우리나라가 식재료 가격은 비싸도 외식 가격은 싼 편이라는 통계를 봤던것 같은데 이제는 외식 가격도 싸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식재료 가격이 지금보다는 더 저렴해지고 외식 가격이 내려가진 못하더라도 기다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하는 식당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전에는 이촌에도 자주 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 오래만에 왔다. 자주 가던 한강초밥을 갔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그 맛이어서 좋았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도 맛있고 가끔씩 생각난다. 줄을 길게 서는 곳도 아니고 맛도 편안한 맛이라 동네에 있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식당이다. 




카페를 어디갈까 하다가 찾은 곳이다. 케이크 한조각이랑 커피랑 먹고 싶어서 케이크 맛있는 곳 뭐 이런식으로 검색해서 찾은 것 같다. 헬카페가 있긴 하지만 이촌 헬카페는 치즈케익 한 종류 팔았던거로 기억해서(지금은 메뉴가 추가되었는지 모르겠다) 새로운곳도 가볼겸 미스랄라로 선택했다. 주인분이 굉장히 친절하셨는데 직접 운영하시는 소박한 동네카페같은 느낌이었다. 시그니처 메뉴라고 써있는 얼그레이 케이크도 첨가제를 넣지 않고 직접 만들었다고 써있었는데 맛있어 보여 케이크 한 조각이랑 커피랑 주문했다. 케이크는 SKT 멤버쉽 할인이 된다는 점이 조금 신기하면서도 웃겼는데 어떻게 제휴를 하게 된건지는 모르겠다. 



케이크는 한강초밥처럼 순한 맛이었는데 얼그레이향도 우유향도 좋았다. 당도가 낮고 크림이 입에서 쉽게 녹아서 디저트같은 느낌은 조금 안나긴 했지만 소박한 카페의 느낌과 어울리는 케익이었다. 집에서 이걸 만들어 먹어본적은 없지만 가정식 케이크 같은 느낌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커피도 맛있었다. 이날 들렀던 한강초밥 미스랄라 모두 동부이촌동 동네와 같이 편하고 잔잔한 느낌이었다. 


합정이고 상수고 맛있는게 막 많을거 같지만 막상 중심지에는 별로 없다.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보는데 새롭고 독특한 가게는 임대료 부담으로 생겨나고 있지 못하는것 같다. 대신 어느정도 다른 곳에서 유명해진 가게들이 상수나 합정에 분점을 내거나 아니면 임대료가 오르기 전에 이미 유명해져 자리를 잡은 가게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 같다. 아웃닭은 지방에서 유명해져서 서울로 진출한 경우이고 젤라띠젤라띠의 경우 한국에 젤라또라는 개념조차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던 시절 상수에 생겨서 서울 전역에 퍼진 경우이다. 



아웃닭은 맛집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긴 하지만 인기있는 곳인건 확실하다. 주변에 딱히 치킨집이 없어서 더 인기있는것 같기도 하지만 치킨 자체도 맛있는 편이고 컨셉도 좋다. 아웃닭은 이름부터 매장 인테리어까지 아웃백이 떠오르는데 실제로 대표가 아웃백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치킨이란게 배달부터 술집안주까지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치킨 브랜드는 딱 떠오르지 않는데 그 지점을 잘 파고든 것 같다. 감자튀김을 올려주는건 눅눅해져서 배달치킨집들은 쉽게 따라할 수 없는데 수북히 쌓인 감자튀김이 보기에도 만족감을 주고 실제로 포만감도 준다. 맛집이라 보기 애매하다는건 여기가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배달치킨인 BBQ도 충분히 맛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만 같은 치킨으로 걸음마다 술집, 밥집이 즐비한 홍대 한복판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으니 어느정도는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봐도 맞는 것 같다. 



아웃닭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쓰는건 아니고 가장 좋아하는 젤라또 가게이다. 젤라떼리아라고 불러야 하나. 이제는 유명한 젤라또 가게들이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은데 젤라또를 좋아해서 기회 될때마다 먹어봤지만 젤라띠젤라띠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기본적인 맛은 항상 있고 약간씩 새로운 맛이 추가되고 없어지는 것 같은데 이천쌀맛이 시그니처 메뉴이다. 아무 메뉴나 골라도 평타는 어느정도는 맛있기 때문에 그날 기분따라 골라먹고는 하는데 가끔씩은 취향에 안맞는 맛이 걸리기도 한다. 저날은 뭐먹었는지 사진만 봐서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망고패션맛은 별로 맛이 없었던것 같다. 대표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탈리아에서 먹은 젤라또에 반해 대학 졸업 후 이탈리아로 넘어가 젤라또 전문과 과정을 이수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직감 따라 바로 행동하는 모습이 멋지다. 


예전에 바오바 생긴지 얼마 안됐을 때 오고 오랜만에 다시 바오바에 찾아갔다. 맛이 없어서 오지 않았던게 아니라 시간이 좀 지나니 웨이팅이 너무 길어져서 안가게 되었는데 이제 시간이 좀 지났으니 웨이팅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찾았다. 예전에는 몇십분씩 기다려서 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10-15분 이상은 기다리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여행가서도 다시 못올거 같으니 볼거 다보고 오자는 마음가짐 보다는 또 오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여유롭게 다니는게 좋은 것 같다. 맛집 찾아다니는것도 좋지만 다른 맛있는 것도 많으니 너무 오래기다리는것 보다는 웨이팅 없었으면 안 갔을 식당 한 번 가보는게 더 나은 것 같다. 



웨이팅 없는 건 좋았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서 의아했다. 가게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2팀 정도 있는 상태에서 우리가 들어갔다. 이날만 없었는지 요새 이런건지는 잘 모르겠다. 메뉴는 전에 바오는 다 먹어보고 파스타랑 샐러드 먹어본 것 같은데 신메뉴가 몇 개 추가된것 같다. 먹고 다른데로 가서 또 먹으려고 간단히 바오랑 동파육 파스타를 주문했다. 참 맛있게는 생겼는데 맛은 의외로 평범했다. 동파육도 맛있고 청경채도 맛있고 각 재료들은 다 맛있었는데 합쳐 놓으니 약간 애매했다. 간이 강하지 않고 파스타는 면이 주인공인데 면의 존재감도 약했다. 아예 면을 빼고 동파육으로 다른 메뉴를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바오는 트러플 바오랑 동파육 바오 하나씩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손님이 없어 맛이 변한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바오는 여전히 맛있었다. 몇 번 와보고 느끼는 거지만 여기는 바오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종류가 많지 않은게 아쉬운데 번도 맛있고 맛도 기대한 만큼 맛있다. 하이볼은 가격이 저렴해서 시켰는데 괜찮았다. 메뉴들이 대만식 요리라고 하는데 대만을 안가봐서... 어쨌든 술이랑 잘 어울릴만한 메뉴들이다. 


음료 가격을 저렴하게 받는 곳이 있고 비싸게 받는 곳이 있는데 어떤 곳이 더 이윤이 남을까? 저렴하면 아무래도 더 시킬 것 같고 비싸면 덜 시킬 것 같은데 음료 준비에는 큰 노동이 들어가지 않으니 싸게 많이 파는게 이득일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가격대가 높은 식당에서는 음료 가격에는 상관없이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가격대가 저렴한 식당은 주류를 가격대를 낮게 반대의 식당에서는 높게 잡는게 이익이 더 나지 않을까 싶다. 주류 말고 코카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의 가격대는 높이는게 이윤이 더 날 것 같다. 물 다음 탄산이라는 점, 가격대를 높여봐야 비싸지 않다는 점, 주류와의 가격차가 안난다면 주류 주문으로 돌릴 수 있단는 점을 고려하면 그러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런 가정이 의미없는 이유는 아무리 뭐래도 음식이 맛있어서 손님이 많은 곳이 당연히 잘될 것 같다. 


을지로에 요새 힙한 곳이 많다해서 그래 을지로로 가보자 해서 일단 출발했다. 근데 가보면서 요런저런 방법으로 찾아보니 딱히 끌리는 곳이 없었다. 저녁에 운영하는 바도 있고 카페는 당연히 많고 음식점들도 많았는데 약간 내가 생각하는 힙함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요새는 힙플레이스=인스타그래머블한 곳으로 통하나 보다. 밥을 먹고 편하게 맛있는 커피나 마시고 싶어서 바캉스커피로 갔다. 이곳도 인스타그래머블해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듁스원두를 쓴다고 하기도 하고 장소도 다른 곳에 비해 쾌적해 보여서 크게 고민 안하고 그냥 결정했다. 



바캉스라떼가 시그니쳐 메뉴인것 같았는데 바캉스라는 카페 이름과 민트색의 카페 이미지를 활용한 컨셉메뉴인것 같았다. 로즈마리가 올라가고 파란 시럽이 들어간 라떼가 굳이 땡기지 않아 아메리카노랑 바닐라라떼를 주문했다. 내가 시킨건 아메리카노였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듁스커피 원두를 쓰는게 맞는건가? 블로그에서 본 것 같은데 맛은 듁스커피 쇼룸에서 마신 커피랑 좀 달랐다. 



카페 내부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공간이 컸다. 주변은 빌딩이 보이는데 빌딩의 새파란 이미지와 가게의 시그니쳐 색인 민트색이 어울어져 나쁘지 않다. 9층에 사무실로 쓰일것 같은 공간을 카페로 만든 기획력은 멋지다. 루프탑 카페라 부르긴 뭐하지만 가장 꼭대기 층에 있고 밖에서 마실 수 있는 좌석도 있다. 속이 비치는 하얀 천으로 빛과 하얀색 민트색에 중점을 둔 것 같다. 등받이 없는 의자와 진동벨 기능이 없는 번호표는 편해보이지 않았다. 다음에 을지로에 오게된다면 좀 더 을지로스러운 카페에 가보고 싶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