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3가역 근방은 참 특이한것 같다. 전집부터 고깃집골목이 쭉 늘어서 있고 그 너머에 화려한 모습의 익선동이 자리잡고 있다. 한옥의 모습을 살려 거리가 형성된 익선동은 소박한 모습일것 같지만 요새 모습은 무슨 거리에 축제라도 있는것 같이 화려한 모습이다. 예전에는 경복궁 근방에는 개량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꽤 보였는데 요새는 개화기 시절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세느장도 개화기 의상이랑 잘 어울리는 곳이라 그런지 미스터선샤인의 등장인물처럼 입고 들어와서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이 꽤 됐다. 


세느장은 예전에 모텔인지 호텔인지 아무튼 숙박시설이었던 공간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곳인데 그래서인지 예전 숙박시설의 모습이 남아있다. 그랜드부다페스트가 연상되는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있었는데 세트장에 들어와있는 느낌도 나고 나쁘지 않았다. 방 문이 열리지는 않았는데 추후에 다른 공간으로 꾸밀 예정인지 아니면 문만 살려 놓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규모가 꽤 큰데 꼭대기 층에는 익선동 전망이 보이는 루프탑같은 공간이 있고 몰랐는데 그 위로도 공간이 또 있는것 같았다. 음료는 그저그래서 다시 방문할지는 모르겠는데 한번쯤은 와서 둘러볼만한 곳인것 같다. 실제로 사람도 엄청 많아서 진동벨이 모자라서 주문이 안되는 일까지 있었다. 날씨 좋으면 루프탑에 올라가서 커피 한 잔 하는것도 괜찮을것 같기는 하다. 


세느장 같이 꾸며 놓고 직원들도 비슷한 복장으로 차려입은 곳들이 익선동에 몇 곳 보이는데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건지 분위기를 공유하는건지는 좀 궁금하다. 세느장 갔다가 익선동 골목을 쭉 둘러봤는데 전에 없었던 새로운 곳이 생기기도 하고 예전 그대로인 가게도 있었는데 골목이 공유하는 특유의 느낌이 있는것 같다. 골목 형성 과정이 궁금하다. 


남들은 다 보고도 남을 시기이지만 조금 늦게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게 되었다. 사실 안보고 그냥 넘어갈까도 했는데 퀸 노래를 좋아하기도 하고 연말에 부담없이 보기에도 좋을것 같아서 보기로 했다. 퀸 노래는 알아도 가사의 뜻까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반관에서 볼까 하다가 싱어롱(singalong)관이라니 재밌어 보여서 싱어롱관에서 보기로 했다. 기왕 보는김에 싱어롱관 중에 핫한 웸등포(웸블리+영등포)로 상영관을 정했다. 즉흥적인것 치고는 꽤나 계획적인 관람인것 같지만 티켓이 거의 매진이라 두자리를 구하기가 좀 빡셌다는것 빼고는 수월하게 이루어진 관람이었다. 


예전에 인도 영화관에서는 다들 노래를 따라 부르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인도여행할때 영화한번 꼭 봐야겠다 마음먹었지만 괜히 쫄아서(알아듣지도 못하고 어리버리댈것이 분명하므로) 영화관 떼창의 진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인도는 아니지만 영등포에서라도 대충 비슷한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티켓 가격이 좀 비싸다는걸 빼고는(스크린x관이어서 그런지 싱어롱관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별 특이한점이 없었던 영화관이었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오 이런거구나' 감탄했다. 영화 시작과 터져나오는 환호소리에 더해 경광봉, 소고 등 각종 응원소품까지 마치 세트장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첫 관람이었는데 아마 대부분이 n차 관람객(추측)으로 보였다. 나중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처음엔 마치 몰래카메라를 당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낯선 느낌이었다. 


재밌었던 몇가지 부분은


1. 민소매와 콧수염, 마이크까지 준비해서 프레디 머큐리 코스프레를 하신 분이 있었는데 재미있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에오' 를 외쳐주신 분이 있었는데 역시 재미있었다. 어떤 관객하고 같이 영화를 보느냐도 싱어롱관 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매번 같은 녹화된 영상이지만 영화관 현장은 매번 다른 라이브라는 느낌이랄까. N차 관람객은 아니지만 또 영화관을 찾는 이들의 마음이 공감이 갔다. 


2. 카메라나 동영상 녹화를 제지하는 모습. 영화관에서 콘서트같이 환호하는 모습이 낯설고도 재미있는 광경이기에 촬영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주위에서 제지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다들 일상에서 벗어나 나름의 일탈을 하러 온 이들이기에 촬영되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다가 영화관에서는 애초에 촬영이 불가하기 때문에 촬영은 하지 않는것이 맞다고 본다. 무질서 속에 질서랄까. 찍지는 않았지만 정말 찍고싶은 광경이었다. 


3. 사실 싱어롱관에 들어가기 전에 수줍음과 흥의 민족인데 둘 중 뭐가 승리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결과는 흥의 승리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혼자 다른 선택을 하는걸 싫어할 뿐 다같이 하는 일에는 거리낌 없이 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다들 즐겁게 관람했는데 추측이지만 다른 싱어롱 관에서 주도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마 다같이 조용히 관람할 것 같다. 


4. 영화관 산업 성장이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평이 많고 시에스타관이나 4DX, IMAX등 다양한 특별관으로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많다. 싱어롱관 얘기 듣고 저게 되겠나 싶었는데 이게 될지 몰랐다. 역시 라면 신제품 출시하듯 지속적으로 찔러봐야 하나 터지는가 싶기도 하다. 


뭐 전반적으로 영화가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을 받기는 어려운 스타일이었지만 편하게 보기에는 좋다. 싱어롱관에서 볼 생각이라면 뒷 자리쪽에 덜 어색할 수 있고(남들이 관찰되기 때문) 흥 넘치는 관객이 많은것 같은 시간대가 재밌을 확률이 크다. 마실게 있으면 좋고 일어나게 될 확률이 있으므로 간편한 옷차림이 편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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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여행해도 제주시를 돌아다니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도착하거나 나가는곳은 제주시이기 때문에 밥먹을 일은 있기 마련이다. 밥먹을일이 있기 마련이다기보다는 도착하면 신나서 나가면 아쉬워서 제주다운 음식을 찾는 것 같다. 이때 딱 적당한게 고기국수인데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있는데다가 누구나 다 좋아할만한 맛이기 때문이다. 물론 줄이 길긴 하지만 유명한 곳이 몇 곳 되기도 해서 일정에 따라 고르기도 좋고 가게마다의 작은 차이를 느끼기에도 좋다. 보통 올래국수를 가다가 이번엔 자매국수에 가봤는데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뭐 국수집은 회전율이 생명아니겠는가 금방 줄을 빠져서 들어가서 주문했다. 만두도 시켰는데 만두는 그냥 만두맛이다 주문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고기국수를 먹었는데 역시나 서울의 고기국수보다는 제주의 고기국수가 더 맛있는 것 같다. 올래국수와는 조금 다른 맛이었지만 여기도 괜찮았다. 면이 노란색이라 중국집의 쫄깃하다 못해 질긴 소다면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저항감 없이 훌훌 넘어가는 식감의 면이었다. 고기가 맛있었고 국물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스타일이었던거로 기억한다. 뭐 어쨌건 잘 먹고 나왔다. 일본에 라멘이 있다면 제주도엔 고기국수가 있는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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