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쇼핑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돈키호테를 보고 만든 만물잡화 창고형 쇼핑 더미 같은 곳이다. 생긴지는 꽤 되었는데 생활반경이랑 멀기도 하고 굳이 갈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그렇구나 하고 있다가 아셈타워에서 일을 보고 시간이 떠서 잠깐 구경했다. 

 

식품이나 주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기업중에 신세계가 가장 F&B에서 트렌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레스케이프 호텔 팔레드신이나 스타필드, 와인앤모어, 스타벅스코리아 등 어지간한 F&B에는 신세계가 엮여있다. 

 

그래서 삐에로쇼핑 식품이나 주류쪽에도 좀 기대를 하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구경했다. 원래 뭐 하나 보러 가서 다른 물건도 사서 나오는게 만물잡화점 컨셉이니 대충 다 구경했다고 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무 물건도 사서 나오지 않았다. 쇼핑몰에 가서 아무것도 사오지 않았다면 고객의 패배인지 업주의 패배인지는 모르겠으나 딱히 살만한 물건이 없었다. 

 

한 5년 전에만 생겼더라면 꽤 재미있는 공간이 되었겠지만 지금 시기에는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다. 수입 화장품이나 수입 식품들(주로 일본 제품 등)은 굳이 여기가 아니여도 접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돈키호테에서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인 성인용품 코너 역시 삐에로쇼핑에 있지만 요새는 홍대 등 번화가에서 어돌트샵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새롭지 않다. 

 

창의성이랑 서로 다른 것의 조합으로도 발현해낼 수 있기 때문에 돈키호테를 따라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더하지는 못한것 같아 아쉽다. 쇼핑더미라 하기엔 깔끔하고 쇼핑몰이라 하기엔 너저분하다. 

 

일단 내 주력 관심분야인 맥주코너만 살펴보자. 

 

 

맥주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설명도 없다. 큐레이션을 하는 상점이 아니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가격조차 눈에 띄게 저렴하지 않다. 자이 알라이를 15,800원에 파는데 맥주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생소한 맥주이다. 구매할만한 가격적 매력도 없고 서사적 유인도 없다. 맥주 종류 역시 이마트의 맥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수입식품을 팔고 있다면 어울릴만한 음식과 페어링 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정도는 해야 '기획된 난잡함'이 설명되는거 아닌가 싶다. 

 

우연히 근처에 삐에로쇼핑이 있다면 구경할만 하지만 잠시 둘러본것만으로는 존재의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다. 금방 호로록 접지 말고 꾸준히 다듬어 나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