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싶어서 망리단길을 배회하다 들어간 곳이다. 카페 동경이나 뭐 기타 등등 유명한 카페를 가려고 했는데 휴무였거나 웨이팅이 길어서 가지 않고 전에 가보려고 적어둔 카페 루틸에 갔다. 누가 맛있다고 알려준 곳인지 어느 맛집 블로그에서 본 건지 기억이 안나지만 망원동 카페루틸이라고 적혀있어서 과거의 나를 믿고 들어가봤다. 


망리단길 메인이라고 불러야할 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는데 덕분에 주변도 조용하고 카페도 조용하다. 핸드폰에도 셔터가 달린듯 요란하게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도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다. 밤이 가까워질 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오지 않아 낮커피는 마치 낮술처럼 나에게는 휴일, 휴식의 상징과도 같은 행위인데 그런 낮커피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려고 했지만 마땅한 원두가 없는건지 사장님께서 에스프레소 말고 다른 음료를 권하셨다. 아메리카노는 주문이 되는데 에스프레소가 안되는걸 보니 원두문제가 아닐까 혼자 생각했는데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으로 핸드드립 한 잔을 주문했다. 


이쯤되면 맛이 어땠는지 무슨 원두를 골랐는지 늘어놓아야 할 것 같지만 갔다온지 오래되서 잘 기억이 안난다. 다만 커피를 마셨던 인상은 기억이 나는데 카페와 같이 단정한 맛이었다. 요새 카페들은 과시하듯 쨍한 신맛의 커피를 내놓거나 스타벅스 뺨치게 탄맛이 나는 커피를 내놓는다. 원두를 강조하는 곳은 전자가 많고 단 커피음료가 유명한 인스타갬성의 카페는 후자가 많다. 미묘한 커피의 맛까지 구분해 내기엔 내공이 부족하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갸우뚱거릴 틈도 없이 맛있다. 커피맛이 단정하다니 무슨말이냐 할까봐 '기억은 잘 안나는데 너무 신맛이 튀지도 않고 탄맛이 튀지도 않았다' 라고 주저리주저리 써봤다. 


그나저나 망원동은 동네가 더 커질런지 모르겠다. 이태원, 한남동 골목길이나 연남동, 홍대 골목길과는 달리 망원동은 차도가 너무 크고 인도가 좁아서 걸어다니기가 쉽지 않다. 발길이 뜸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그나저나 다시 커피가 마시고 싶은 건 커피가 그리운건지 휴일이 그리운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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