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마을 막걸리 4개월 냉장고 숙성 후기
막 걸러 후레쉬하게 마시는게 막걸리라지만 김치 민족 발효 민족 피가 끓어 막걸리가 숙성 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직접 해봤다.
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 생막걸리가 있는데 살균막걸리는 효모를 저온살균으로 불활성화시켜 더이상 발효가 일어나지 않아 안정적이고 유통기한도 굉장히 길다.
반면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 있어 지속적으로 발효가 일어나기 때문에 살균막걸리에 비해 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다.
하지만 우연히 생막걸리를 냉장고에서 보관한다면 1년까지는 숙성시킬 수 있다는 글을 보게 되고 호기심이 생기게 되는데...
결국 느린마을 막걸리를 냉장고에 숙성=방치 시키는데까지 이르게 된다.
사실 하겠다고 마음 먹은지는 꽤 됐는데 술을 냉장고에 방치시키고 까먹는 단계가 가장 어렵다.
막걸리를 숙성시킨다는 아이디어에 이른 사람이라면 술 꽤나 좋아하는 사람일텐데 냉장고에 술을 몇 달간 방치시킬리가 없다.
부피가 있는데 숙성시키자고 왕창 사다 놓을수도 없고 몇 개 사다놨다가 눈에 보이면 집어 마셔서(매운거랑 우유, 쿨피스랑 먹는다지만 막걸리랑 매운거랑 먹으면 개꿀임) 남아나는 막걸리가 없어 그동안 숙성에 실패했었다.
눈에 안보이는곳에 놓아야 될 것 같아 안쪽에 처박아놓으니 정말 까먹어서 여차저차 숙성에 성공했다.
유통기한이 19.5.21일까지인걸보면 대충 3~4개월 냉장고에서 숙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관으로는 하얀 부유물이 둥둥 떠있어서 조금 불안했는데 뚜껑을 따 냄새를 맡으니 시큼 털털한 냄새가 불안감을 가중시켰으나 궁금해서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위에 맑게 뜬 청주부분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살짝 목만 적셨는데 의외로 위에 뜬 청주 부분은 큰 임팩트가 없었다.
마시니 예상대로 시큼털털하긴 했지만 이건 음식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마시기 전에 가졌던 불안감은 해소됐다.
산미가 강해졌고 입에 까끌까끌 거친 느낌이 강한데 당연히 단맛은 거의 없었다.
숙성을 시키면 진득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진득한 느낌은 없고 숙성의 풍미도 사실 느끼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상했다거나 엄청 이상한 맛도 아니고 그냥 시큼한 막걸리 정도의 느낌이다.
느린마을 막걸리는 1-2달 내 소비되도록 양조되었고 아마 3-4달의 기간은 최적 숙성기간을 지난 것이 아닐까 싶다.
1달 숙성시키고 마셨을 때는 유통기한내(1-2주) 마시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는데 이번 숙성은 쏘쏘
다음엔 보급형 생막걸리인 느린마을막걸리 말고 다른 막걸리로 도전해봐야겠다.
내일 아침에도 배가 안아프다면,..